가만히 생각해보면, 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든, 하지 않는 사람이든 '컨셉'이란 말을 참 많이 쓴다.
"그래서 그 주인공 컨셉이 뭔데"
"와 너 오늘 패션 특이하다. 컨셉이 뭔데?"
"그 자리에서 넌 무슨 컨셉으로 있을건데?"
이처럼 정말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단어다.
마케팅 업무를 해오면서, 내가 느끼는 컨셉은 어떤 것일까? 우선 컨셉은 '미치도록 잡고 싶은데, 잡아지지 않는' 그 어떤 것 같다.
이 책에서 컨셉을 도식화해서 잘 나타낸 부분이 있었다.
저자는 컨셉은 다른 어떤 브랜드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제품의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와 '소비자의 필요 혹은 선호'라는 두 가지 요소가 반영되어서 도출된 것이라고 한다. 즉, 그렇다면 컨셉이 명확하다고 하는 것은 '세일즈 포인트가 강력하고, 소비자의 NEEDS를 명확히 알고 있다'라는 말일 것이고,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지 않는 브랜드나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우리는 수없이 많은 광고에 노출되고, 셀 수 없는 브랜드들을 만지고, 입고, 쳐다보고, 신으면서 살아간다.
그 수많은 상품과 브랜드들 대부분은 스쳐 지나가지만, 몇몇의 어떤 광고는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고, 우리의 구매를 이끌어 낸다. 그런 브랜드들은 컨셉이 명확해서 마음 깊숙이 들어온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브랜드들에서 눈에 띄는 컨셉의 예를 찾아보자.
세탁기 브랜드의 대명사 '트롬'은 모두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곳 반대편에서 컨셉을 찾았다.
다른 세탁기들이 잘 빨리고, 세척력이 좋은 것을 어필할 때, 트롬은 '오래오래 입고 싶어서'라고 소비자와 소통을 시작했다. 비싸게 준 옷이나, 소중한 옷들은 빨래를 할 때마다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잘못 빨아서 수축되거나, 보풀이 일어날까 봐 조심히 다루게 된다. 그 심리적 요소를 건드리면서 광고의 컨셉을 잡았다. 빨래의 순간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끌릴 수밖에 없는 컨셉이다.
이번 2020년 현대 '아반떼' 광고는 다양한 버전으로 나왔다.
그중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60살은 거뜬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 네 명이 예쁘게 치장을 하고, 아반떼에 탑승하는 광고였다. 신나게 노래를 들으며, 여행을 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 광고를 통해 현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시니어들이 이제 예전 시니어가 아니다. 시니어들도 충분히 건강하고, 삶의 혜택을 누리면서 생활할 수 있는 연령대이다. 문화생활도 다양하게 즐긴다. 즐기기 위해서, 차가 필요하지 않나, 큰 차? 필요한가요. 아반떼 정도면 충분하다!
정도 아닐까?
그래서 Key Message는 '세상 달라졌다, 아반떼'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탈 수 있는 차 + 시니어들의 사회생활에 대한 욕구'를 반영해서 컨셉이 도출되었다.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볼 때, 다른 곳을 바라보고 거기에 확신을 갖게 되면 분명히 좋은 컨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책 내용 발췌)
차량에 대한 성능보다도, 어떤 연령대가 어떻게 이용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TPO를 제시함으로써, 차별화를 두고 있다.
콘셉트이란 것이, 남의 브랜드들을 분석하는 것은 참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막상 자기가 브랜드 매니저가 되어, 세상 유사한 다른 제품들 사이에서, 내 제품이 어떻게 소비자의 눈에 들어가게 만들지 고민하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이 브랜드는 꼭 남달라야해!" 하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봐서 그런건지 쉽사리 참신한 컨셉이 나오지가 않는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도 인간관계와 마찬가지 입니다. 인지도가 없는 브랜드가 주목을 받으려면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먼저 찾아줘야 합니다. '맞아, 나도 그래!'하고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서서히 마음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심리적으로 가까워져야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래야 브랜드를 기억하게 됩니다.
확실히 모 아니면 도인 극단적인 의미의 단어나 표현을 쓰면 컨셉은 뾰족해집니다. 컨셉이 날카롭고 뾰족해지면 원하는 타깃을 공략하기 훨씬 수월해 집니다. 특히나 좁은 타깃층을 공략해야 하는 후발 주자라면 이 교훈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사물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한다.
그 평범한 생각에서 약간만 비틀면, 컨셉은 더욱 부각 된다. 그 지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서, 대부분 비슷한 상품과 브랜드로 남게 된다. 한끝차이라는 말이 여기에 딱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마케터든, 상품 개발자든 그 흔한 상품과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컨셉을 찾아내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우리는 그 평범함 속에서, 반짝이는 그 어떤 지점을 찾아낼 때 직업인으로써, 생존의 의미를 느끼게 되는것 같다.
"가장 값싸게 하는 방법이나,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하지 마라. 가장 훌륭하게 해낼 방법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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