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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결혼 생활

부족함을 깨닫는다

by 로 건 2020.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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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써 결혼식까지 40일이 남았다.

6개월 전에는 언제 그날이 올까 싶었는데, 준비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던 것 같다.

먼저 서로의 웨딩 플랜북을 사서, 앞으로 준비해야 될 것들을 생각나는데로 적었던 기억이 난다.

우선 서로가 천만원씩 공통 통장에 입금하고, 무엇을 사야 될지 적어 보았다.

그리고 언제 누구를 만나야 하고,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빼곡히 기록했다.

사실 준비하면서, 멍하게 쉬었던 주말은 손에 꼽을 정도로 작았던 것 같다. 평일에도 정신없이 일하고,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를 못하는 느낌이 드는 날에는 솔직히 많이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 큰 싸움 없이 여기까지 잘 왔다는 점에 우리 사랑이 대견하기도 하다. 

누군가 결혼을 하는 것은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했었다. 실제로 내가 준비해보면서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았다. 생전 뵙지도 못했던 그녀의 사촌과 이모들을 보며 인사해야 했고, 챙겨야 될 분들에게 섭섭하지 않게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이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그런 과정들에서 내가 아직도 참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나는 2년전 소중한 직장 동기 형 결혼식의 사회를 보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친해진 소중한 형이었고, 너무나도 기쁜 마음으로, 사회를 봐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쉽게도 내가 서울로 발령이 나고 오면서, 어쩔 수 없이 만남이 적어지다 보니, 연락이 뜸해져 갔다. 사실 형이나, 나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없었는데, 예전보다 연락 횟수가 적어지다 보니 조금은 소원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내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사회를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처음으로 생각났던 사람은 역시나 그 형이었다. 내가 사회를 보았고, 그 형 또한 나를 좋아하니 흔쾌히 해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거리가 문제였다. 서울과 부산 거리가 너무 멀었고, 형도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매우 바쁜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형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형 대신 셋이 함께 친하게 지낸 동기 동생에게 사회를 부탁했다. 우연히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행했던 부분을 말하니, 그 부분에 섭섭해 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 형에게 솔직히 내 상황을 말씀드렸다. 형도 약간의 뜸과 함께 말씀하셨는데, 사실 자신의 결혼식때 내가 너무 고마워서, 내가 결혼할 때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잘못했단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입장에서는 먼 거리에 있는 형을 배려하려고, 행동했던 것인데 상대방에게는 배려가 아니라 섭섭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도 형과는 대화가 잘 되었고, 다시 한번 우애를 확인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결혼 준비하면서, 챙겨야 될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 명 한 명 감사를 표하기가 쉽지 않았다. 평소 지내던 지인의 어느 선까지 내가 챙겨야 되는지도 참 어려웠고, 또 어느 정도로 대접해야 되는지도 고민을 거듭했다.

결혼 전 만나야 될 사람들은 또 왜그렇게 많은지...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시간이 흘러, 결혼식까지 40일이 남았다. 

아직도 예식전 주말은 모두 스케줄로 꽉 차있다. 대부분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을 뵙고, 식사하고 청첩장을 나눠주는 날들이 될 것이다. 크게 붙임성이 없어서, 친한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대접해야 할 사람들이 생각보다 있구나 생각하니, 헛되이 살고 있지는 않구나 싶기도 하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인생의 파트2를 준비하는 느낌이다.

혼자만의 삶을 이겨내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함께하는 삶을 어떻게 잘 살아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결국 함께라는 것은 서로를 위함이니, 배려를 전제로 늘 감정이 상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까울수록 더 소중한 사람이고, 그 가까움 속에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만 한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있다. 아직까지도 인간관계는 부족함 투성이고,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 이렇게 경험하면서 성숙해간다면 그걸로도 또 감사하게 이 시기를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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