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웨딩 촬영을 예약한 날.
우리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7시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짐을 쌌다.
차가 없는 우리는, 미리 '부름'으로 빌려놓은 쏘카(Socar)를 타고 신사동으로 향했다.
왜냐면,,,,,
그녀가 촬영 때 입을 캐주얼 원피스를 꼭 구입해야 된다고 했다.
나는 드레스 4벌에, 한복까지 촬영때 입을 옷들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사랑은 서로가 맞춰가는 거니까, 나도 다시 한번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돌아보았다.
두 번째 들렸던, 옷가게에서 둘 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원피스를 괜찮은 가격에 구매했다.
사랑스러운 핑크색에 종아리까지 딱 떨어지는 기장감은 뾰로통해 있던 그녀를 웃게 만들었다.
그녀의 웃음에 나 또한,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는 메이크업을 받으러, 라메종뷰티에 들렀다.
그녀는 화장할 준비를 하고, 나는 다시 차를 탔다. 우선 포튼 가먼트에 들러서, 촬영용 대여 정장을 챙겼다. 그리고, 아씨에 가서 입을 한복도 챙겨 왔다. 포튼 가먼트 매니저님이, 예쁘게 촬영하시라고 넥타이를 하나 더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다시 라메종 뷰티에 도착했다. 그녀는 가운을 입고, 화장대에 앉아 있었다.
다행히도 오후가 되니, 간밤에 부었던 눈이 가라앉아 있었다. 너무나 다행이었다.
그녀가 캡쳐해서 준비했던 사진처럼 헤어스타일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양 쪽 입이 귀에 걸리려고 했다. 정중앙 가르마에 어깨선 컬이 매우 예쁜 헤어가 되었다. 매니저 님이 신랑님도 앉으라고 했다.
막상 앉으니까 "어머, 손봐줄 헤어 스타일이 아니네요. 돈받기가 미안해져요"라고 했다.
나는 약간 당황했지만, " 제 머리는 곱슬이라서, 원래 짧게 다녀요. 다듬어만 주세요" 라고 말했다.
헤어를 하고, 나는 준비해온 예복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거울 앞에 선 내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늘 넓은 어깨 때문에, 맞는 정장을 못 입어 봤는데, 확실히 맞춤정장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장을 입고, 기다리고 있는데, 지하에서 매우 예쁜 신부 한명이 올라왔다.
고개를 들어서 자세히 보니, 그녀였다. 주변사람들이 신랑님 복 받은 거라고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내 여자였다.
우리는 마이퍼스트 레이디로 향했다.
사진작가님과 간단히 미팅을 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확실히 처음에는 긴장하고, 웃고 자세 잡는 것이 힘들어서 매우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녀가 혼자 찍을 때는 계속 바라보면서, 엄지를 치켜세워 줬다.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가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도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이 싫지 않은 듯했다. 왜냐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세 번째 드레스 촬영할 때쯤 되니, 조금 피곤 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일생에 한번뿐인데 조금만 힘내자!라고 서로를 타이르며 촬영을 이어갔다.
중간중간 사진작가님이 촬영된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그것을 볼 때마다 피로감보다는 행복감이 더 컸던 것 같다. 마이 퍼스트레이디에서 촬영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깨끗한 배경과 함께 인물 중심의 촬영인 것이다.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시며, 우리도 정말 자연스럽게 모델이 된것 처럼, 진행할 수 있었다.
저녁 9시쯤 총 5시간의 촬영이 끝났다. 우리의 특별한 날을 위해 노력해 주신, 사진작가님, 헬퍼 이모님, 그리고 멀리서 와 준 그녀의 친구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상대방의 일을 챙긴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고 느낀다. 그런데 친구를 위해 와준 그녀들이 정말 대단하고 고마울 뿐이다.
우리는 늦은 10시였지만, 소도둑에서 소고기를 먹으며, 점심과 저녁을 한번에 해결했다.
소고기를 먹으니, 또 피곤한 것 느끼지 못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게 해 주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쯤 되었지만, 참 기분 좋고 행복한 하루였다.
이렇게 그녀와 나는, 결혼 준비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큰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웨딩 촬영을 끝냈다.
예복을 입은 나와 드레스를 입은 그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았을 때, 너무나 설렜고, 이제 정말 결혼하는구나 하는 실감이 나기도 했다.
행복하다.
느껴보지 못한 행복이라서, 더 설레고, 더 소중하다.
나는 그녀와 이렇게 한발 한발 나아가 보고 싶다.
완벽할 순 없지만, 정말 소중히 아끼고 싶다.
잊을 수 없는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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